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로 독후감 상을 받은 적이 있다.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제목으로 영화도 개봉했지만 일부러 보지 않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수업시간에 몰래 먹는 과자처럼 나만의 행복한 시간으로 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청소년기에서 청년기에 접어들며 겪는 성장통을 충실하게 표현하고자 했던 하루키의 의도가 느껴졌다. (소설마다 나타나는 고통과 고민의 순간들은 아마 하루키 본인이 겪었던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그 이후에도 '태엽 감는새'나 '1Q84'처럼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들며 사람을 멍~하게 만드는 소설들에 흠뻑 빠졌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는 왠지 진지한 만화경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일 것 같았다.


오블라디 오블라다 인생은 브래지어 위를 흐른다를 읽기 전 까지는   +_+!!?!! 이 책을 읽고 난 뒤, 느낀 감정은...'인기가요'에서 카리스마 있는 무대를 선보이는 아이돌이 알고보니 빙구였다는 느낌! 


무라카미 하루키의 "나사 빠진" 산문집을 만난 것은 20살 대학생 때다.
작가별로 작품을 진열해 놓는 학교 도서실 시스템 덕에 정말 우연히 '산문집'이라는 장르를 읽게 되었다. 

두부와 맥주 조합을 좋아하고, 세탁소나 시장을 갈 때 곤란한 일을 겪었다..는 둥 소소한 일상을 적은 책. 나의 '고매하신' 하루키 선생님의 이미지는 사라져 버렸다. 대신, 인생의 작은 행복을 볼 줄 아는 인간적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남았다.

긍정적이다. 

산문집마다 정말 다양한 소재로 글을 쓰지만, 항상 하루키의 시각은 긍정적이다. 안되면 어쩔수 없지요...그래도 어떻게 안될까요? 하며 귀여운 고집을 피우는 면도 보기 좋다. 자신의 색을 보여주면서 읽는 사람에게 상냥함을 잃지 않는 글.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를 기점으로 산문집을 사지는 않는다. 서서 읽고, 웃고 소화한다. 그냥 그의 눈을 빌려 세상을 잠시 들여다 보고 나온 기분으로 읽으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안자이 미즈마루의 삽화는 내 취향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소소함은 책과 잘 어우러진다.

읽는 즐거움을 충분히 즐겼으니, 이제 쓰는 즐거움을 찾아보려고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처럼 나만의 만화경으로 세상을 보고, 내 색깔이 담긴 짧은 글을 써 볼 생각이다. 글을 쓰려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자소서를 준비하면서부터 글의 수준이 레드불 고공낙하 꼴이 났기 때문이다. 어휘와 문장구조가 엉망이다. 게다가 전체적인 구조도 엉성해서 뚜렷한 의도를 알 수가 없다. 아마..이 글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을 것이다. 자소서를 쓸 때,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두려움을 안고 시작했더니 다른 글을 쓸 때도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두 번째는 나 자신을 알아가기 위해서다. 첫 번째 이유와 살짝 겹치는 부분이 있는데 자소서를 쓰다보니, 내 자신을 참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에 대하여 심도있게 관찰해 본 적이 없다. 정말 흘러가는대로, 눈 앞만 보며 살았더니 눈알을 뒤로 굴려 내면을 들여다 본 적이 "전혀" 없는 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커피...정도는 대답할 수 있지만 나에 대해 알아가는 숙제를 꼭! 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기 전 날까지 '내가 누굴까?'라는 말에 답하기 어렵다면 답답해서 못 죽을 것 같다.


작심삼일.

이 말이 매우 두렵지만,
그래도 글을 쓰며 두 마리 돼지를 잡으려고 한다. 1) 글쓰기 2) 나

그럼 시작이다 꿀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처럼 글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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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luestrawb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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